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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이야기

일기 - 달라졌지만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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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다니는 아카데미에서 서울대 박사님이 와서 데이터 마이닝, 데이터 클러스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강의를 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그 강의의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했고, 강사님이 학생 수준에 대해 어떻게 전달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강의를 듣는 사람 모두를 후드려 패고 있었다. 약간 이런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

 

 'ㅋㅋ 너희들 이거 모르지? 아마 얘도 모를걸 ㅋㅋㅋ 당연히 이건 더 모르겠지 캬하하핰하캌ㅋ'

 

 당연히 코딩 시작한 지 6개월 밖에 안된 나로선 그 강의가 너무 어려웠고, 이걸 공부하는 것이 나한테 크게 도움 안되겠다 싶어서 다른 공부를 시작했다.

 

 물론 공부만 한 것이 아니고 딴 짓도 많이 했는데, 사실 그 때 당시에는 별 다른 생각도 없고 어려운 강의를 듣느니 다른 것을 하는게 낫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행동이 부끄럽게 느껴졌던 순간이 찾아왔다. 바로 그 학생 중 오직 열심히 들은 사람인 서울에서 내가 가장 따르는 L 형이었다.

 

 그 형은 나한테 와서 말했다.

 

 '너무 충격적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수업을 안 듣고 딴 짓을 하는지 몰랐다. 아무도 수업을 안 들어서 분위기가 정말 싫은 수준이다.'

 

 그러고 더 붙인 말은 이러했다. 사실 이 수업이 어렵기 때문에 수업을 제치고 다른 것을 하겠다는 사람 중에 다른 것을 제대로 한 적을 못 봤다. 실제로 대학 강의에서 18학점을 듣는다고 쳤을 때 2과목은 제치고 나머지 A+ 받아야지 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나머지 모두 A+ 받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한 주에 40시간 공부하는 사람이 몇 가지를 포기하면 한 주에 20시간 공부에 맞춰지게 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말을 듣고 너무 창피해졌다.

 

 내가 그런 사람이거든

 

 Javascript보단 면접이 우선이야. 면접 준비 열심히 해야지.

 대학 전공 수업 아 이 수업 너무 어려우니까 다른 과목 열심히 해야겠다.

 나는 내신 관리 어려우니까 수능에서 꼭 좋은 대학 가야지

 ...

 

 인생을 살아오면서 계속 어려운 길을 피했던거 같다. 그럴때마다 그러한 자세가 틀렸다곤 생각 안했다. 그렇지만 사실 그 자세는 틀렸음을 알았지만, 항상 자기 최면을 걸었다.

 저거는 해봤자 안돼, 그러니까 다른 거 하자. 사람들이랑 친목이나 쌓자. 쉬운 공부하자. 오히려 노는게 더 시간 버는거다 등등

 이러한 자기 최면이 계속해서 나를 안일하게 만들었고 나태하게 만들었었다. 

 

 근데 사실 내 주변엔 이미 정답이 있었던 사람이 많았다.

 

 Javasciript 어려우니까 공부 많이해서 좋은 성적 받아야지.

 이 전공 수업 어려우니까 도서관에서 좀 더 공부해야겠다.

 내신 관리도 챙기고 모의고사도 좋은 성적 받아야겠다.

 ...

 

 사실 위 생각을 했던 주변인들이 다들 좋은 결과를 얻었다. 실제로 위에서부터 따지면 삼성 입사, 대학교 수석 졸업, 성균관대 입학 ...

 

 근데 나는 그 사람들을 보고도 깨닫지 못하고 오직 쉬운 길만 가다보니 현재 그들보다 뒤쳐짐을 느꼈고, 또한 그 뒤쳐짐도 내가 스스로 발견하기 보단 L 형이라는 사람을 통해 알게되었다.

 

 사실 L 형과 공부 얘기를 많이 했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인드를 항상 L 형에게 보여주면서, 그 의지를 계속해서 살려가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나는 그 딴 짓과 포기를 반복했었다.

 

 이런 많은 부분에 있어서 너무 창피했기 때문에, 그 형과의 대화가 눈치가 보이고, 이 형이 '와 얘는 진짜 회생불능이네'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걱정도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좀 많은 것을 느끼고 달라져야 함을 느꼈던거 같다.

 

 사실 내 주변에도 정말 이렇다 할 Motivation을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보라에몽, L 형, 고등학교 동창 민기 등등

 

 그들 모두의 공통점은 어렵다고 포기하지 않고 뭐든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결과를 똑같이 원하는 나는 어떻게 해야할 지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길이고, 귀찮고, 하고싶은 것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해냈고, 또 해냈고, 끝까지 해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공감하면서 달라지려고 했던 내 모습은 지방에 있었을 때 보다 확실히 많이 변했다.

 

 하지만, 겉만 변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는 나의 모습은 그 수업을 안 듣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똑같았다. 그렇기에 그들의 입장에서 나는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건 얼마나 공부했느냐. 어떤 것을 공부 할 것이냐. 문제를 얼마나 더 많이 풀 것이냐. 얼마나 책상에 많이 앉았냐가 아니었다.

 

 제일 중요한건 자세였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

 

 정말 난 인복이 많다. 주변에서 나를 믿고 도와주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고, 그 사람들은 나를 좀 더 바르게 이끌어 가기 위해 쓴소리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면서 최대한 나의 가능성을 발굴해주려고 노력해주고 있다.

 

 정말 나에게 창피한 사람이 되더라도, 그들에겐 창피한 사람이 되지말자.

 

 마지막으로 L 형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꼭 훌륭한 회사에 입사하겠다가 높은 목표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듣는 어려운 수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도 높은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계속해서 쌓다보면, 성과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어있다'


 지방에서 올라와서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 나는 아직까지도 그들과 너무나도 많이 달랐다.

 

 그렇기에 더 달라져야만 그들처럼 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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